천년만년 살고 싶은 마을에선 무엇을 할까 ❓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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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땅을 무대 삼아 성행하였던 벼농사 덕분에 만년을 살아도 배곯을 일 없다는 유래를 지닌 동네가 있다.

대전 서구 만년동 땅의 기름진 역사에서 유래한 독특한 이름의 ‘천년만년’ 공동체는 박선영 활동가를 주축으로 마을단위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한다. 공동체 주요 일원인 박선영, 강해선 활동가를 만나기 위해 만년뜰작은도서관을 찾았던 날을 기억한다. 도서관 입구에서 바라본 맞은편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들 사이 “천년만년 만년동 천년만년 잘 살자”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바람에 유난히 풀럭거렸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 일상생활 터전인 마을에서부터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는 두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종종 그 현수막을 떠올렸다.

본 인터뷰는 만년동 ‘천년만년’ 공동체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진행한 마을단위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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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만년뜰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천년만년 공동체' 박선영, 강해선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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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만년동 ‘천년만년’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박선영 : 마을에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모여 시작한 공동체에요. 2016년 12월에 결성했고, 처음엔 4명으로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2017년이에요. 지금 여기 만년뜰작은도서관이 2019년에 개소했으니까 활동 시작한 지 약 2년 만에 마을도서관이 생긴 거죠. 우리 공동체의 움직임이 좋은 계기가 되었고 이후 예산 마련이 되어 원래 주차장이었던 이곳에 마을도서관이 자리하게 된 거예요. 사실 마을도서관 건립은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등장할 만큼 마을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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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해요.

 

박선영 만년뜰작은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마을계획 수립 사업, 안심마을 만들기 사업 등을 추진해왔어요. 더 많은 주민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런저런 마을사업을 해왔던 거예요. 또 최근엔 ‘천년만년’ 공동체 최초 멤버 중 3명이 주민자치회에 참여하고 있어요. 주민으로서 자치능력을 키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만년뜰작은도서관도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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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천년만년 공동체’ 활동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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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2021 대전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 - 마을단위의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에 ‘천년만년’ 공동체도 참여하고 있어요. 해당 의제에 참여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박선영 : 돌이켜보니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하면서 ‘수세미 뜨기, 비누 만들기, 친환경 화장품 만들기’ 같은 활동을 많이 해왔더라고요. 나름대로 친환경적인 가치를 고려한 활동들이었어요. 그런데도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우리 애들 불쌍해서 어떡해? 라는 정도의 걱정만 하고 있었던 거죠.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지금 우리 모두의 문제잖아요. 제대로 깨닫고 나니 뭐라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뭘 해야 하지? 이런 고민에 빠져 있는데 다른 동네 활동가분을 통해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엔 너무 좋은 프로젝트라고 느끼면서도 막상 나서서 할 사람이 없으니 막막했어요. 사실 저도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많아 엄두가 안 났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리더는 못 해도 총무를 하겠다는 분이 나섰고, 그걸 계기로 조금씩 용기를 내서 시작했던 거예요. 6명이 모여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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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 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선영 : 시작은 워크숍 형태로 진행했어요.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기후위기 인식 향상을 위한 워밍업 단계를 거친 거예요. 친환경 제품 소개가 주 내용이었고요. 그다음으로 홍수열 작가의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책을 매개로 저자 강의를 마련했어요. 올바른 플라스틱 분리배출 방법뿐만 아니라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공부하고 직접 실천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등에 관해서도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이후의 실행 프로그램은 ‘소프넛 천연세제 만들기 체험’이었어요. 자주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을 하나둘 바꿔나가는 일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일상적 실천이에요. 다소 생소한 소프넛 열매로 실생활에 유용한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만드는 경험 자체가 꽤 유의미했다고 여겨져요.

 

강해선 : 다가오는 10월 2일에 진행 예정인 성과공유회를 남겨두고 있어요. 마지막 실행 프로그램인데요. 만년동 주민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소개하는 장을 열 계획이에요. 사실 기대가 커요. 많은 분이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는지도 모르는 현실이에요. 마을 주민이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할 거예요. 성과공유회까지 잘 마무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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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만년동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 ‘성과공유회’ 홍보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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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의제 실행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주로 어떤 점이 중요하게 작동하여 논의되었는지, 또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해요.

 

박선영 : 인식 전환이 가장 큰 목표였어요. 일상 공간인 마을에서의 노력을 양분 삼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비교적 분리배출이 잘 되는 편이라 여겨졌던 아파트에서도 요즘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저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쓰레기를 정말 많이 줄였는데, 이렇게 한 사람의 일상이 변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더 변해갈 것으로 생각해요. 프로젝트 내부 과정을 거듭할수록 이후에도 기후위기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에서 더 많은 사람의 참여와 실천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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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만년동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 ‘성과공유회’ 현장

Q6. 코로나 시기에 마을에서 모여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활동하며 어려웠던 점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박선영 : 사람 모으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또 코로나 상황이라서 더 어려웠죠. 현장에서 하려고 계획했던 것들을 전부 줌으로 진행했으니까요. 사실 저희가 줌으로 회의나 프로그램을 진행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단 말이에요. 소프넛으로 천연세제 만드는 체험까지도 줌으로 했는데, 그래서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일도 더 많았어요. 만들기 재료를 키트로 구성해서 프로그램 전에 직접 배송까지 했거든요. 힘들어도 운동하는 거라고 기쁘게 생각하며 밤에 배송하러 다녔는데 받으시는 분들이 다들 정말 고마워하더라고요. 그런 반응 덕분에 뿌듯했어요.

 

강해선 : 의제 실행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이나 프로그램 진행 날짜, 또 회의 날짜 선정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활동가들 아이디어나 상황이 전부 다른데 그걸 전부 취합해서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논의가 활발하기도 했지만 다들 바빠 만날 기회가 제한적이다 보니 한 번 만나면 5시간 내지 6시간까지 회의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많이 지치기도 했죠. 밥 먹는 시간까지도 아껴가며 회의했고 만나지 못해도 낮이건 밤이건 상관없이 수시로 의견 교환하면서 시간을 쏟았어요. 만날 수 있는 날이 주로 토요일이어서 어쩔 수 없이 주말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애들한테 좀 미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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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위해 직접 배송한 재료 꾸러미

Q7. 그렇게 힘든 과정에서도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박선영 : 프로젝트를 계기로 제가 많이 배웠다는 게 가장 큰 동력이죠. 배움의 기회가 계속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대전환경교육센터’에서 주관하는 <탄소중립교육 전문가 양성 아카데미>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른 교육 과정에도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에 더욱 깊이 관심 두고 활동하는 중이에요.

 

강해선 : 저 역시 연결과 확장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저는 <탄소중립 기후위기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시작으로 기후위기에 관심 두게 되었거든요. 아마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주관했던 프로그램일 거예요. 거기서 시작해서 우리 마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잖아요. 이 프로젝트를 접한 분들이 우리 마을이 아닌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연결되고 확장되며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그런 점이 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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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마을단위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 기간 동안 함께 읽은 책들

Q8. 생활 터전의 기초 단위라 할 수 있는 마을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지속해서 대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겨져요. 이와 관련하여 ‘천년만년’ 공동체의 향후 활동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박선영 : 다가올 성과공유회에서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원가의 50%로 판매할 예정인데요. 판매하고 남은 물품은 향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판매 수익금은 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 고민이 있어요. 이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할 수 있다면 고민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좀 어렵다고 느껴요. 내년에도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함과 동시에 함께 오래갈 수 있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이자 계획인 것 같아요. 기후위기 관련해서는 기회가 있다면 꾸준히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강해선 : 마을에서의 자원 순환 조성에 대한 관심이 있어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능한 시기가 오면 ‘아나바다’ 장터를 열고 싶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마을마다 활발히 열었었잖아요. 향후 언젠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나바다 실천이야말로 환경을 위한 일상의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자원 순환 활동도 마을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