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시작해야 해 ‘넷제로공판장’ 🤩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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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를 따라 굽이굽이 길을 지나 만날 수 있는 미호동의 넷제로공판장.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미호동 마을을 생태적인 에너지자립마을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핵심 공간이다. 원래 대청파출소였던 건물을 미호동정다운마을쉼터로 만들었다가 다시 넷제로공판장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게 된 구체적인 사연을 송순옥 미호지기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미호동의 평화로운 풍경이 내다보이는 넷제로공판장의 2층 공간에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분주하게 오픈을 준비하며 설렘이 가득한 이 공간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또 자연에서 온 것은 모두 쓸모가 있다 말하며 제로웨이스트 삶을 적극 권장하며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

 

 

Q1. 올해부터 넷제로 공판장 미호지기로 활동하신다고 들었어요. 넷제로 공판장은 어떤 곳인가요?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원래 이 공간은 파출소 자리였는데요. 지역주민들을 위한 농산품 공판장, 편의점, 회의 공간으로 새롭게 꾸며졌었어요. 하지만 그 공간이 생각보다 활성화되지를 못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되었어요. 그러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에게도 기후위기 의식을 높여주면서 함께 넷제로를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는데요. 그래서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이 넷제로공판장 공간을 위탁하여 운영하게 되었죠. 넷제로 공판장이 조금 어려운 이름이라고들 하시는데요. ‘넷제로(Net Zero)’란 탄소 중립을 의미하는데요. 탄소 중립이란 배출된 탄소와 흡수된 탄소의 양이 같아져서 결국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탄소가 제로(Zero,0)가 되는 것을 뜻해요.

이 넷제로 공판장의 1층은 친환경 로컬농산품과 에너지 절전용품과 에너지전환제품, 무포장/쓰레기 없는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숍으로 운영할 계획이고요. 2층은 넷제로 도서관으로 기후위기, 에너지, 생태 관련 도서들이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이다 보니 주민들은 친환경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점을 잘 활용해서 토종종자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이곳에서 판로를 개척해드리는 역할도 하고자 해요. 주민분들이 하시는 일들이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기후위기를 막아낸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셔서 향후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이공간을 주체로 운영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Q2. 활동가님은 넷제로 공판장에서 미호지기로서 주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미호지기가 하는 일은 주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일이에요.

지역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나 재능을 파악하고 그걸 제로웨이스트 기후위기와 어떻게 연결해서 확산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서 일자리 창출까지 하는 것이 주된 업무에요, 주민디자인학교를 운영하면서 대략 파악했지만 계속 찾아가고 있어요. 무환자나무(비누열매, 소프넛) 심어서 상품화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는데요. 이를 교육 프로그램과 연결해보려고 해요. 또 지역주민들과 수세미를 심고 수세미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을 해서 대전 지역 내 제로웨이스트 숍에 공급하는 것도 올해의 목표 중에 하나에요. 또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새활용을 알려내고 무포장꾸러미로 만들어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접한 사람들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목표이고요. 궁극적으로는 기후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삶의 변화, 넷제로(탄소 중립)를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에요. 넷제로 공판장의 모델을 가지고 대전시 내의 여러 지역들로 확장해서 인큐베이팅을 시키는 것도 저희의 몫이고요.

 

 

Q3. 활동가님이 어린 시절부터 채식을 할 수밖에 없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지금처럼 기후위기 활동가로서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살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어렸을 때에 동네에서 소, 돼지, 닭, 개 등의 동물들을 직접 잡았어요. 그렇게 동물을 잡는 날에는 그들의 울음소리가 평소와는 달랐어요. 그런데 제가 그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피부를 파고드는 것처럼 너무 아픈 거예요. 동물들의 피 비린내가 너무 오랫동안 코 끝에 남아있고 목젖까지 넘어가서 제 몸도 아프고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 아버지도 꽁치를 좋아하셨는데 제가 너무 아파한 나머지 제가 없을 때만 드시곤 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초등학생 때는 몸살이 나면 튀김 닭을 먹고는 했는데요. 어느 날은 닭 잡는 모습을 직접 보고 닭마저도 못 먹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었던 게 동태탕이나 동태전이었는데요. 이제는 그것도 불편하고 힘들어져서 안 먹게 되었어요. 안 먹었다기보다 못 먹은 거죠. 원래 그 동물들이 살아있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못 먹은 거예요.

그렇게 지내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사람들이 저를 까탈스럽다 여기며 육식을 억지로 먹여서 맞춰가 보려고 했는데요. 몸도 붓고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 좋아서 소화제를 3병씩 마시며 버텼어요. 건강하게 살이 찌는 게 아니라 푸석푸석하고 몸이 부어서 체중이 불더라고요. 컨디션도 줄곧 안 좋고요. 그러면서 제가 아이들에게 생명평화의 밥상이나 동물권 이야기를 가르치는 것이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렇게까지 해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야 하나 싶어 내 삶의 지향점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그 고민 끝에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판단하고 온전한 채식을 선언하며 당당하게 저의 가치대로 살 권리를 주장하게 된 것이죠. 내가 포기한 권리는 곧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그 생각이 더욱 굳건해졌어요. 어차피 모든 사람의 필요는 다 각기 다른데, 대량 생산의 체계에 사람들을 다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Q4. 그래도 요즘 여러 기업에서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러한 윤리 실천이라는 목적 아래 소비를 정당화하고 오히려 더 낭비하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도 있어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금의 대기업들이 윤리적 소비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전환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것이죠.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니 상징적으로 친환경 상품을 내세울 뿐이고, 위장 환경주의도 많은 것이 현실이에요. 소비자들이 더 똑똑하게 잘 살펴봐야 해요. 아무리 기업들이 변해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기업은 여전히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일회용 쓰레기를 생산해내는 것이죠. 탄소세를 얼마 더 내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더 고민해야 해요. 쓰레기 배출을 했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죠. 지나치게 생산하고 지나치게 소비하도록 하는 만드는 이 구조를 조정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결국 자본주의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우리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어떻게 순환하고 제대로 나눌 것인가를 중요하게 바라볼 시점인 것이죠.

 

 

Q5. 그동안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전파하고 기후위기 활동가로 지내오시면서 뿌듯했던 경험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가장 특별하게 기억나시는 일이 있으실까요? 

뿌듯했던 적은 정말 많았어요. 

제가 제일 처음 제로웨이스트의 생활을 시작한 것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 것인데요. 초반에는 텀블러를 3-4개씩 들고 다녔어요. 친구들과 카페에 갔을 때 제 텀블러뿐만 아니라 여유로 챙겨온 텀블러를 나눠주면서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전도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이제는 한 개밖에 안 들고 다녀도 돼요. 제 주위의 친구들은 전부 다 텀블러를 쓰거든요. 어느 날 카페에 갔는데 모두가 자기 텀블러를 꺼내는데 그 순간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사진도 찍어뒀어요. ‘나 하나 바뀐다고 되겠어?’ 라는 생각이 아니라 이렇게 서서히 스미면서 연달아 바뀌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어요.

또 최근에는 저희 넷제로 공판장에서 주민디자인학교를 했는데요. 60대 이상의 주민분들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와 채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이러한 부분이 여러 가지 사회 편견에 부딪쳐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었어요. PPT 몇 장을 띄워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민분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요. ‘내가 지금까지 비닐을 편해서 아무렇지 않게 썼는데 이제 사용량을 줄이고, 햇빛에 두면 안 되니까 내가 비닐을 주우러 다녀야겠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시고요. 넷제로 공판장에서 뭔가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도 하셨어요. 이렇게 천천히 스며들면서 이 공간이 단순히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삶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Q6. 앞으로 넷제로 공판장 내에서의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시는지 더 이야기 해주세요.

 

저희가 태양광 패널을 앞에 설치하고 홍보할 예정인데요. 또 에너지 전환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면서 그걸 이용해 요리하는 등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녹아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하려고 해요. 그동안 우리가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탄소를 내뿜으며 살았는지 깨닫고, 그것을 잠시 멈출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곳 넷제로 공판장 안에 담고 싶어요. 에너지 전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연결하는 작업들을 하는 것이죠. 저희 미호동 통장님은 주민디자인학교 수업을 모두 마치신 후에 “미호동을 세계에서 제일가는 넷제로 자원순환 마을로 만들겠다.” 라고 포부도 밝히셨어요.

 

 

Q7. 사실 환경 문제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실천하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삶의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해주실 한 마디가 있으실까요? 가장 쉬운 실천 방안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는 삶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삶이에요. 지구상에 살아가면서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많은 편리와 풍요를 누리며 살았어요.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이미 지나치게 누려온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줄여야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불편함은 기본 옵션인 것이죠. 지구도 생각하면서 누리던 것도 계속 똑같이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삶의 전환을 위한 시작인 것이죠.

여러 가지 실천 방안이 있어요. 텀블러 들고 다니며 일회용 잔 안 쓰기, 천 마스크 쓰면서 빨아서 사용하기, 화장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대나무나 밀짚 화장지 사용하기 등이요. 그릇 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조금 더 고단계죠. 하지만 이런 환경 문제를 너무 개인의 윤리에만 맡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개인의 윤리의식이나 감수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의 연대, 단체, 기업, 정부의 움직임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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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동 넷제로공판장>

 

📌 주소 : 대전시 대덕구 대청로 515

🕘 운영시간(예정) : 화-일 9:30-18:00 (월 휴무)

🎊 개관식 : 4/21(수), 현재 시범운영중

📣 인스타그램 : 미호해유 @miho_haeyou

📢 블로그 :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blog.naver.com/energyhae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