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숲으로 가자 🌳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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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한밭수목원 데크길

베테랑 숲 체험 전문가와 함께 한밭수목원을 산책하며 대화한 아주 특별한 시간.

대전충남생태연구소 ‘숲으로’를 이끌고 계시는 강경희 이사님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더불어 생생한 꽃과 나무들의 비밀스런 이야기, 그리고 한밭수목원의 핑크빛 노을까지 정말 완벽했던 시간이었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숲의 세계. 왜 우리는 그동안 그걸 깨닫지 못했을까. 숲을 사랑하는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 모두 숲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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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강경희 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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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전충남생태연구소 숲으로’를 이끌고 계신데요. 2011년 청년 기업으로 창업하셨다가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셨다고 들었어요. 벌써 10년째 기업을 운영중이신데요. 숲으로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2011년도에 청년 기업으로 창업을 해서 시작을 했는데요. 저는 사실 청년의 나이 기준 끝자락인 39세 때 청년 창업을 했어요. 그 때 청년창업을 같이 시작했던 분들 중에는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창업했을 때 저희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요. 처음에는 취약계층 친구들을 먼저 겪게 되었어요.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잘 키울 게 아니라 저 아이들도 잘 커야 할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사실 사회적기업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고 시작했지만 그냥 그 방향이 맞는 거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 사회적기업을 시작할 때는 우연히 배너 광고를 클릭해서 지원하게 된 거였거든요. 그때 당시에 거의 사회적기업 1세대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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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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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지금은 숲 체험이나 생태교육이 많이 생긴 편이지만, 10년 전에 창업하실 당시에는 조금 새로운 도전이셨을 것 같아요.

제가 창업을 했을 당시에는 정말 이런 숲 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게 많지 않았어요. 이렇게 돈을 주고 숲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그냥 나라에서 복지로 하는 프로그램 정도였죠. 그런데 저는 유치원이나 아동센터들에서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왜 제공을 안 해주는지 의문이었어요. 그러다가 이런 프로그램을 유료화 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책의 변화가 있을 시기에 숲으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있었고 그래서 나는 운이 좋은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정책이 그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 정책이 만들어졌을 때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저희를 포함해서 몇 군데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사업을 확장해나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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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프로그램 활동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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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그런 생태교육과 숲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가장 뿌듯함을 많이 느끼신 순간이 언제이신지 궁금해요. 숲이 가진 매력이 뭘까요.

뿌듯함을 느낀 순간은 아주 많죠. 지금은 많아졌는데 저희가 사업을 시작할 초창기에는 아동센터 친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별로 없었어요. 저희는 아동센터 친구들을 만날 때 한 번만 만나지 않았어요. 1년을 주기로 만났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프로그램을 진행한 거죠. 그러면서 아이들이 숲에 오며 확 변하게 되는 걸 느끼게 되는 거예요. 3개월만 지나도 느껴지고, 1년이 지나면 더 많이 느껴지죠. 소위 어른들의 말을 잘 안 듣는 아이들도 숲에 오면서 치유되는 것을 저희 눈으로 보게 되니까 그런 부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보통 6살 유치원생 하면 되게 어리고 뭘 못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1년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9~10월쯤 되면 숲에서 아이들이 먼저 설명을 하고, 스스로 놀이감을 찾아와요 그러면서 같이 놀자고 오히려 선생님들을 끼워줘요. 그밖에도 너무 좋았던 기억이 많은데 말로 설명할 길이 없어요. 숲이 가진 매력은 느껴봐야 해요. 직접 숲에 가서 보고 향기를 맡고 만지면서 느껴보는 수밖에 없어요. 직접 경험하고 ‘아 이게 정말 좋구나’ 하는 걸 느껴봐야 숲의 가치를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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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강경희 이사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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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이사님의 개인적인 삶의 걸음도 궁금해지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렇게 숲을 사랑하게 되셨는지도 이야기 해주세요.

저는 원래 수질 오염과 관련된 고민이 좀 많았어요. 그 과학관 근처에 탄동천이 있죠. 거기서 환경 개선을 위해 시민운동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우리 아이를 데리고 같이 시민운동에 참여하면서 수질 조사도 하고, 물을 아껴 쓰자고 하는 그런 환경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그러면서 수질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이러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이후에 우연히 한밭수목원에소 활동하게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숲과 관련된 일로 이어져 이렇게 숲으로 일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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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수련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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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사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또 다른 고충들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일을 10년 동안 해오시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시행착오들은 없으셨나요?

제일 힘들었던 건 제가 사회적기업을 너무 잘 모르고 시작했다 보니까 사회에 기여를 해야 된다는 부담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나는 일개 개인 한 사람인데 마치 세상을 모두 구할 수 있다는 듯이 그렇게 일을 한 거예요.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이름에 저를 너무 몰입시키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잠겨버린 거죠.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번아웃이 온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회의감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내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사람들은 왜 몰라줄까.’ 하고요.

그러다가 내 자신을 다시 스스로 들여다 보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는데요. 바로 내가 내 자신을 제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너무 막 아등바등 하지 않으려고 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동료들과함께 더불어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고나니 일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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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나무를 설명하시는 강경희 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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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장애인 보호자나 장애인 자녀분들을 대상으로도 숲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오셨다고 들었는데요. 이렇게 참여자 맞춤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실 때 특별히 염두에 두시는 점이 있으실까요?

제가 이 ‘숲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저는 장애인 복지관과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했었어요. 이렇게 제가 장애인 봉사를 경험하면서 배우고 관계 맺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 가족 대상의 숲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장애인 봉사는 되게 힘들고 예민한 봉사 중에 하나에요. 정말 해본 사람만 알아요. 아무리 마음이 좋은 분들이나 젊은 청년분들이 봉사를 하러 오신다 해도 장애인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봉사하는 것이 정말 어렵거든요. 비장애인들은 장애의 경험이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이 장애인 분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사고 자체가 잘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이러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봉사자들에 대한 사전 교육이 참 중요해요. 봉사를 하기 전에 한 2시간만 교육을 받아도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에 훨씬 봉사에 더 집중할 수가 있게 돼요. 또 자원봉사자들이 먼저 재미를 느껴야 프로그램이 훨씬 더 재미있게 운영될 수 있어요. 그리고 참여하는 대상자들의 장애 종류나 증세의 정도 등을 미리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중요해요. 장애인 분들은 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숲에서 나뭇잎 하나를 만지고 향기를 맡더라도 느낌이 아주 달라요. 오히려 장애인 분들이 숲을 더 깊게 잘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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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장애인 보호자 숲케어 프로그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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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숲으로’가 혁신청과 함께 대전지역문제해결플랫폼 실행의제인 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족들을 위한 휴식지원의 일환으로 ‘장애인 보호자 숲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해주세요.

이 프로그램도 그냥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니까 운 좋게 여러 협업 주체들과 함께 참여하게 된 거였는데요.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대전지역문제해결플랫폼, 대전마케팅공사, 한전원자력연료(주),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세상만사에서 지원을 해주셔서 진행하는 사업이에요.

이 장애인 보호자 숲케어 프로그램은 장애인 양육이나 부양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을 지닌 돌봄 가족들을 지원하는 사업이에요. 보호자와 장애인 간의 분리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보호자분들에게는 온전한 휴식을 통해서 심신 활력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장애인분들에게는 맞춤형 산림복지프로그램을 제공해서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드려요. 또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공동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요. 올해는 8월과 9월에 진행이 되었는데요. 산림복지프로그램도 체험하고 대전숲체원 내에서 숙박과 식사도 하시면서 생태관광과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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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한밭수목원의 노을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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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대전충남생태연구소 숲으로의 비전과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이사님께서 바라시는 소망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비전, 소망 되게 클 것 같죠? 사실 앞으로 바라는 게 저는 별로 없어요. 그냥 지금처럼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회사에서 얼마 전부터 줌바댄스를 시작했거든요. 일주일에 두 세번씩 직원들이 다같이 운동을 하러 가요. 그래서 줌바댄스를 하러 가는 날에는 모두 5시에 일찍 퇴근을 해요.

향후 비전이 뭐냐고 물어보시면 사실 정말 별 거 없어요. 그냥 제 옆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소망이에요. 제 옆에 있는 사람이 행복해야 제가 행복한 거거든요. 그렇게 계속 같이 행복하게 일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소박한 꿈이지만 그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