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작지만 큰 실천 🙌

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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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추명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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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실천과 행동도 일시적이고 단발적이기만 하면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떠한 의제를 실천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지속가능성’이라는 부분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에서 시작해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나아가는 단체가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대전 시민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앞서 행동하고 이끌어가는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곳에 몸과 마음을 담아 열심히 자전거 바퀴를 굴리며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는 추명구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지구의 모습은 과연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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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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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에서 시작되어 명칭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1996년에 창립되어 굉장히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어떤 단체이고, 어떤 사업활동들을 주로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90년대 초에 냉전이 종료되고 세계가 We are the world 라는 평화 분위기로 무르익던 시기였어요. 당시 세계화 이후에 국제사회에 다양한 이슈가 등장하는데요. 환경문제, 여성인권, 지역사회 등의 논의가 봇물 터지듯이 확산되기 시작했죠. 1992년에 브라질 리우에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가 개최됐는데요. 이때 전 세계 185개국 정부 대표단이 모여서 지구의 환경문제와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논한 거예요. 이 회의를 리우회의, 지구정상회의라고 하는데요. 그동안은 국제회의에 국가만 플레이어로 활동했다면, 이 회의에서는 NGO, 원주민 등 시민사회가 플레이어로 등장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바로 이 회의에서 의제21(Agenda21)을 채택하게 됩니다.

이 아젠다21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서 로컬에서도 책임을 지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해서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지역에서 마련하라는 권고를 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 대전에서도 1996년 11월에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이후에 2015년에는 전국적으로 단체명을 통일하기 위해서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우리단체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지역의 경제, 사회, 환경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행동 계획과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협치 플랫폼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주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만들어서 홍보, 교육, 모니터링 등을 하고 있고요. 여러 단체들과 실천활동 사업을 진행하고, 또 다양한 전국 네트워크 사업들을 함께 하면서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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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 1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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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사무처장님은 개인적으로 어떤 계기로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종교단체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2003년쯤에 고향으로 내려와 대전YMCA,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활동을 하게 됐는데요. 이런 단체 활동들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가치를 확산하고 싶은데,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주 고민이었요. 그래서 새로운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9년에 단체를 나와 웹미디어에 대한 개인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역 시민사회의 웹도 만들어보고, 미디어 플랫폼 역할도 해보고 싶었는데요. 그때 당시에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개념이나 사업이 활발하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 정보를 얻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요. 그래도 단체 웹을 만들거나 미디어 교육도 하며 5년 정도 사업을 지속했었어요. 그러다 웹표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웹에도 다양한 법적용이 이루어지고 기술도 급변하다 보니까 제가 쫓아가기가 어렵더라고요.

그 즈음 우연히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전 사무처장님이신 김진화(현 우리해 대표) 처장님이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을 해주셔서 2014년에 대전지속협의 기획팀장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일을 시작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경제, 사회, 환경, 문화 등 여러 주제의 회의를 하는데 단어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워서 회의록 작성하기도 힘들었거든요. 그렇게 죽도록 배우고 일하면서 버티다보니 지금은 사무처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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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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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올해 대전지역문제해결플랫폼 추진위원회로 가입하시면서 10개의 실행 의제 중에 ‘RE100 시민클럽’을 '에너지전환네트워크'와 함께 연계해서 실행하고자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얼마 전 10월 18일에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있었어요. 거기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발표됐는데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고 발표가 됐습니다. 앞으로 9년 정도밖에 안 남은 거죠. 그래서 매년 4% 이상씩 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런 탄소중립을 위해서 에너지 절감도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생산도 아주 중요해요. 그런데 이제는 과거처럼 정부에서 목표를 정하고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게 바로 ‘RE100 시민클럽’이에요.

‘RE100’은 기업이 제품의 생산, 유통, 폐기까지 모든 순환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의미인데요. 이미 구글, 애플, MS 등의 IT기업, 플랫폼 기업들이 2050년까지 기업소비의 100%를 재생전력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이 전 세계에 290개 정도 되고요. ‘RE100 시민클럽’은 시민들도 에너지 소비자나 에너지를 절약하고 감축하는 주체에서 뛰어넘어, 재생에너지 생산에 직접 참여하여 탄소중립 실천행동을 하도록 하는 캠페인인데요. 지역문제해결플랫폼,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등 4곳이 추진단을 꾸려서 지난 4월 대구에서 RE100 시민클럽 발족식을 개최했습니다.

이 RE100시민클럽 캠페인은 인증 등급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먼저 RE100 화이트는 탄소중립으로 살아가기 위한 RE100시민캠페인 취지에 동의하고 실행방법과 기한을 정해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한 시민에게 인증서를 발행합니다. 그 다음 RE100 그린은 역시 RE100시민캠페인 취지에 동의하고 2kw 이상 배출량을 상쇄하는 시민에게 주어집니다. 마지막 RE100 블루는 전력, 열, 수송까지 포함해 5kw 이상 설치하여 개인 온실가스 배출량 전량을 상쇄하는 시민에게 부여해요.

아직 우리 지역에 시민햇빛발전소 관련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먼저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이 그동안 펼쳤던 사업을 조사해서 실적을 정리하고 등급을 부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대전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서 RE100 화이트를 추진하려고 하고요. 최근 반가운 소식은 지역의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신협과 함께 재생에너지 관련 금융상품을 발행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함께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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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대전 RE100 시민클럽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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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사무처장님의 삶 속에서도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면서 탄소중립과 환경 보호를 위해 앞장서서 실천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요.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일상에서 노력하고 계신 실천방안들이 더 있으실까요?

먼저 저의 개인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은 일단 기본적으로 텀블러와 손수건 사용이 있고요. 또 저는 에코백을 안 가지고 다니고 대신 비닐봉투 2개를 가지고 다녀요. 저희 동네에 편의점이 2개가 있는데요. 각각 편의점에 맞는 봉투 두 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거기에 맞는 봉투를 꺼내어 담습니다. 어떤 분들은 음식통 용기를 가지고 다니시기도 하는데요. 저는 주로 자전거 가방을 가지고 다니다 보니 가방이 작아서 용기까지는 자주 못 들고 다니긴 하는데요.

물티슈는 거의 안 쓰려고 노력합니다. 물티슈 역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게 되는 것 중에 하나잖아요. 집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실천을 해보려고 하는데 사실 많이 어려워요. 저희 집에 5명이 함께 사는데 저와 아내는 맞벌이고, 초,중,고 학생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보니까 일상의 시간이 다 달라서 무언가를 같이 학습하고 합의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은 잔소리가 되어버리곤 하고요. 어려서부터 교육을 했으면 좋은데 학교에서 잘 배울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전거의 경우 저희가 2019년에 자전거 출퇴근 챌린지를 해보자 해서 6개 지역이 함께 시작했던 건데요. 그래서 저희가 에코바이크라는 앱도 만들었어요. 자전거를 탈 때 주행을 누르고 끝나면 얼마나 탔는지 기록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른 CO2 감축량도 볼 수 있어요. 내가 얼마나 실천했는지 알 수 있고 서로의 순위를 볼 수 있어서 경쟁이 붙기도 하죠. 처음에 6개 도시에서 시작해서 이번에는 18개 도시가 함께 하고 있어요. 자전거가 중요한 이유는 무동력이잖아요. 또 오히려 버스보다 빨라요. 탄소 중립 시대에 정말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는 거죠. 하천을 달리면서 여러 생물도 볼 수 있어서 좋고요. 건강에도 좋고 자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죠. 그런데 살은 잘 안 빠지더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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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자전거를 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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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요즘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제로웨이스트를 인지하고 지향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요. 이것이 마치 하나의 유행처럼 잠깐 반짝하다가 지나가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사무처장님께서는 요즘의 이런 사회 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유행이든 아니든지 간에 어쨌든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건들이 계속 중첩되고 연결되고 부딪치다보면 사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가 나오고, 질적인 변화도 생긴다고 봐요. 다만 우리가 이런 제로웨이스트 운동, 탄소중립을 이행할 때 또 다른 성장과 풍요를 위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의 결과도 결국 성장주의에서 나온 것이니까요. 자동차를 예로 들면 사람들은 보통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에너지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차가 작아도, 차가 없어도,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물건이 풍족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것이거든요.

또 우리는 대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와 물건에 대한 과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코드만 꼽으면 전기가 나오고, 마트와 상점에 가서 돈만 있으면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코드 저 너머에 화력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등으로 인해 밀양의 주민들이 피해를 보며 싸우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거죠. 우리가 입고 신는 옷이나 신발도 아프리카 노동력 착취와 무분별한 자원채굴, 그리고 인도네시아나 방글라데시의 저임금 노동력의 희생인 거고요결국 우리의 풍요는 역으로 보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의 대가인 거죠. 그래서 행복과 욕망, 좋은 삶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갖고 사느냐가 삶의 방식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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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추명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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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맞아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목표로 하는 것이나 계획하고 계신 일들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더불어 사무처장님이 꿈꾸시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사이토 코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지역에서 만들고 실천하는 기본토대인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현대의 아편’이라고 말해요. 이 또한 힘 있는 나라의 논리라고 보는 거예요. 거칠게 말하자면 선진국은 자기네들 것은 하나도 내놓지 않는다는 거죠. 쉽게 이야기해서 SDG가 기후변화를 멈추게 하지 못하고 눈앞의 위기를 가려주는 효과 정도밖에 없다고 비판하는 거예요.

자본주의의 고달픈 현실이 불러일으키는 고뇌를 완충해주는 종교와도 같다고 표현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역의 시민사회, 지방정부가 함께 만들고 이행하고 실천하는 생태계를 계속해서 구축하려고 해요. 각자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모니터링 하면서 다양한 실천의제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운영위원들이 먼저 이 목표에 대해 공감하고 합의하여 촘촘한 기획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사실 꿈을 갖는 것도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살아내는 것도 참 힘든 것 같아요. 거기에 세상에 대한 비전을 갖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죠. 그 알맹이에는 자발적 희생이나 자발적 가난과 같은 개념이 들어있기 때문일 거예요. 조천호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지구는 오랜 시간 우연이 누적된 결과인데요. 그 우연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인류의 탄생은 불가능 했을 거예요. 이런 우연의 결과 속에 인간은 던져진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그래서 우리는 지구에 감사해야 하고 소중한 미래 세대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잘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구 안에 사는 모든 생명에 대해 존엄성을 가져야 하고요. 기후변화를 막지 않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인간이에요.

이 지구에 사는 많은 생명체들이 마땅한 존중을 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진 8> 우주에서 바라본 완벽한 지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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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이트 http://tjla21.or.kr/

RE100 시민클럽 사이트 http://re100.club/